제 751 호 진화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명과 암
진화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명과 암
지난 2017년 방영된 ‘하트시그널’을 시작으로 ‘환승연애’와 ‘솔로지옥’과 같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방영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한국 넷플릭스 TOP 10 시리즈에서 1위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대체로 일반인이 같은 숙소에 모여 촬영하는 관찰 예능의 형식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대표적인 연애 프로그램의 포스터 (출처 : 연애 프로그램으로 연애를 말하다 - Weverse Magazine)
연애 예능 프로그램, 왜 인기인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연애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관찰 예능으로 만들어 연예인 ‘토크 패널’과 함께 관음적인 흥미를 제공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시청자의 관음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대신 연애를 하는 듯한 자극과 도파민을 제공한다. 일반인 출연자의 솔직한 연애 스토리를 관찰하며 출연진의 감정 변화와 갈등을 제 3자의 입장에서 엿보면서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관찰 예능의 연출 방식을 채택하여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풀어나간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그렇지만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때때로 과도한 연출이나 편집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 이면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연애 예능, 그 이면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 프로그램은 화제를 위해 극적인 설정을 내세우고, 프로그램 초반과 달리 출연자들 역시 방송을 발판 삼아 유명세를 얻으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넷플릭스 ‘솔로지옥2’의 출연자 덱스와 신슬기는 방송 출연 이후 방송인, 배우 등으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였다. 이외에도 여러 연애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광고를 섭렵하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그램 방영 후, 출연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사랑을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결실을 맺게 되는 셈이다. 많은 연애 예능이 회를 거듭할수록 비판을 받는 이유가 프로그램 시작의 의도였던 연애의 본질이나 다양한 감정들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위한 출연자들이 증가하고 그것을 통해 자극적인 흥미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보인다.
한편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출연자를 향한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출연자들은 다소 과한 말과 행동을 보이며 눈길을 끈다. 특히 ‘나는 SOLO’의 출연자들이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풍자 개그를 주로 선보이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5에서는 ‘나는 돌싱’ 코너를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희화화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 SNL 코리아 ‘나는 돌싱’ (사진: 엑스포츠 뉴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11/0001709455)
그러나 동시에, 출연자들이 솔직한 대화나 갈등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며 단순한 오락을 넘어 반면교사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에게 이입하고 공감하며 자신의 연애 시절을 회상한다. 성숙한 출연자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도 하고, 출연자의 미숙한 행동을 보며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연애 예능은 미성숙한 연애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문화적 실험장이기도 하다. ‘환승연애’ 리액션 영상으로 이름을 알린 유튜버 ‘찰스엔터’는 꾸준히 연애 예능 리액션 콘텐츠를 제작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찰스엔터’의 리액션 영상을 보기 위해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정도다. 단순히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월간 데이트’와 같은 연애 컨텐츠를 만드는 등 파생 문화도 형성한다.
▲ 2024년 4월 4주차 기준 연애 예능 프로그램 선호 시청층 조사 (출처: 국제신문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58/0000072937)
국내 연애 예능은 2017년 채널A ‘하트시그널’을 시작으로, 2021년 ENA·SBS Plus ‘나는 SOLO’와 티빙 ‘환승연애’, 2022년 넷플릭스 ‘솔로지옥2’ 등으로 전성기를 이어왔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꾸준히 젊은 세대의 관심을 모았고, 최근에는 중년·10대·모태솔로 등 소재를 확장하며 새로운 변주를 시도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예능은 사람 자체를 소개하는 것이 가장 큰 몰입 요소”라며,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가톨릭대 김승윤(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연애 예능은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인 출연자가 중심이 되면서 시청자가 더 쉽게 동일시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출연자의 연령대가 20~30대에 집중되어 있어, 같은 세대가 겪는 발달 과업이나 고민을 공유하면서 시청자가 더욱 몰입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현실 연애 대신에, 적은 감정 소비로 간접적 연애 감정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애 예능은 바쁜 현대인들의 니즈 역시 충족한다.
연애 예능, 앞으로의 방향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연예인들이 친구를 소개해주는 tvN ‘진짜 괜찮은 사람’, 연예인의 자녀 연애를 관찰하는 tvN story ‘내 새끼의 연애’, 야구 선수 출신이 출연하는 Wavve ‘우리 아직 쏠로’ 등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혼남녀들의 연애를 다룬 MBN ‘돌싱글즈’는 벌써 일곱 번째 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를 둘러싼 검증과 보호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무분별한 비난으로 인한 상처와 방송 이후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신중한 판단과 책임 있는 제작 태도가 요구된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로 자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출연자의 미성숙함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한 비판과 자아 성찰의 계기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과 제작진, 시청자까지 ‘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본인과 상대방을 알아가게 될 때, 연애 예능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건강한 연애 문화를 함께 고민하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탁 기자, 박찬웅 기자